미시감

디자인:

김여호

 

개발:

정용기

 

사운드:

최호동

 

모델:

방준훈

 

참고:

「보는 자 – 단어 ‘건물’」 체험 영상

이것은 삶 속에서 가볍게 만나는 일상적 단어들을 세 가지 수행자를 통하여 의심하고 낯설게 바라보는, 그리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미시감’을 포착하는 실험이다.

미시감은 ‘자메뷰’라고도 부르며, 그 어원이 되 는 프랑스어로는 ‘Jamais vu(자메뷔)’ 라고 한다. ‘결코 본 적이 없는 (never seen)’이라는 의미다. 평소에도 자주 쓰는 단어나 낱말에 과도하게 몰입할 경우, 대상의 정의나 개념 등을 잊어버리거나 갑자기 글자 단위로 산산이 분해되어 보이고, 마치 생경하며 친숙하지 못한 모양(이질감)으로 느낄 때를 미시감의 한 증상으로 본다. 나는 실험을 통해 관람자에게 이것을 느끼게 하기 위해 이제부터 환술 걸려고 한다. 반복적인 신호 발생을 통해 관람자를 일시적으로 둔감 하게 할 것이며, 관람자는 지각 과정에서 낯선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곳에서 관람자가 의심의 눈초리를 갖기 원한다. 궁극적으로 비판의식은 스스로의 의식에 의한 것이기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주체적 행위자가 된다. 비판의식이 없는 개인은 대중매체에 의도적으로 담아놓은 누군가의 이데올로기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기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무언가를 의심하고 낯설게 바라보는, 그리고 그곳에서 느껴지는 미시감을 포착하는 실험이다.

| 1권을 지나면, 첫 번째 테스크 <읽는 자>가 바로 시작된다. 본 프로젝트의 첫 번째 테스크인 <읽는 자>에서는 같은 단어가 수없이 반복 나열되고, ‘읽는 자’는 끊임없이 같은 단어를 (소리를 내든, 마음속으로든) 읽어내며, 본인이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낯섬의 미세한 변화를 캐치하게 된다. 이때 수행자는 자신의 역치(閾値)를 짐작게 된다. 처음 시작은 단어 하나를 선보이고, 그다음으로는 그 단어 수십 개를 한 페이지에 나열해 어지럽게 만들며, 마지막으로는 단어가 읽히긴 하나 왜인지 모를 낯섬을 느낄 수 있도록 문자의 순서 배치를 비틀어 혼란을 주었다. 이 모든것들은 ‘게슈탈트 현상’*에서 참고하여 설계된 것인데, ‘단어’를 인식할때 ‘단어의 의미’는 인식 되지 않고 선의 합으로만 인식되는 것을 유도하는 것이다.

| 두 번째 테스크인 <보는 자>에서는 (관람객 본인이 선택한) 단어를 반복하말하는 하나의 영상을 보게 된다. 영상 속에서는 입술과 목젖의 움직임에 집중하여 단어 모양에 미시감을 느끼게 하고, 관람의 시간 동안 능동적인 자세로 각성하기 위한 준비를 거친다. 세 번째 테스크 <듣는 자>에서는 (관람객 본인이 선택한) 단어를 반복적으로 말하게 되고 실시간으로 녹음되어 재생된다. 그리곤 단어가 주는 소리를 두텁게 쌓아나간다. 이때 ‘듣는 자’는 계속해서 특정 단어를 ‘말함’과 ‘들음’으로써 (이렇기에 이렇구나라며) 이해하려기보다는, 왜 이 단어는 이러한 음과 울림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더욱 풍부하게 인지하게 된다.

| <듣는 자>에서 보이는 그래픽들은 낱말을 분해하여 자모들로 이루어진 그래픽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단어들이 산산이 붕괴되는 것을 의도했다. 관람객이 마이크로 단어를 말하면 목소리 데시벨에 따라 그래픽이 생성되고, 각 단어별로 다른 인터렉션들이 꾸려진다. 동시에 앞서 이야기했듯 관람객이 말한 단어는 실시간으로 녹음되어 즉시 재생되고 돌림노래와 같이 쌓여나간다.